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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을 연결하는 쿠마모토는 운명의 장소]

이노우에 실제 보는 건 처음이지 않나?
오다 실은 꽤 오래전에 이노우에 선생님께 직접 사인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이노우에 앗, 정말? 언제인가?
오다 슈에이샤의 데즈카 아카즈카상 파티에서요. 당시 저는 막 데뷔한 신인이라 무지하니 긴장해 있었죠. 리젠드 머리를 한 사쿠라기 하나미치(강백호) 일러스트도 그려주셨어요. 지금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노우에 그랬었나, 잊어먹어서 미안하네(웃음)
오다 아뇨아뇨! 그 파티는 거의 거물 작가분들의 사인회장 같았으니까요(웃음)
이노우에 "원피스"가 시작했을 무렵 내가 LA에 있을 때, 일본에서 "소년점프"를 보내줬었지. "원피스" 1화를 보고는 "아, 굉장한 만화가 시작했다"라고 생각한 기억이 있네. 왠지 이 작품은 "틀림없다"고. 그런 만화는 내 안에서는 오랜만이어서 드물게 체크하게 되었었네.
오다 연재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됐을 무렵, 어느 정보잡지 기획으로 유명인이 주목하는 만화의 앙케이트가 실렸어요. 거기에 이노우에 선생님이 "원피스"를 추천해주셨죠! "작자가 작품을 믿고 있다"라는 코멘트를 달아주셨는데 뛰어오를 듯이 기뻤습니다. 그 기사는 확대 카피해서 얼마간 작업장에 걸어뒀었죠.
이노우에 그렇게 기뻐할 줄이야(웃음)
오다 이노우에 선생님, 제가 운명적인 걸 얘기해도 될까요?
이노우에 뭐지? 무서운데(웃음)
오다 제가 쿠마모토 출신인데, 카미츠에 예전에 "앤틱하우스"라는 가게가 있었어요.
이노우에 아, 헌옷가게. 그리운데.
오다 단골이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친구랑 간간히 옷을 사러 갔었죠. 점프에서 신인상을 받고 담당 편집자가 생긴 무렵에 가게 점원한테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하니, "만약 자네가 유명한 만화가가 된다면 여기 출신 중에 두 번째가 되겠군"이라고 하는 거에요. 첫 번째는 누구냐고 했더니 "나리아이 다케히코(이노우에 다케히코의 구 펜네임) 군이지. 예전에 여기서 알바 했었어"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이노우에 아하하, 어떤 점원이었지?
오다 자기가 "슬램덩크" 모 선수의 모델이라면서 자랑했어요(웃음) 이노우에 선생님은 한가할 때면 항상 계산대 뒤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했죠.
이노우에 그래 그래, 일은 안하고
오다 정말 놀랐어요. 이노우에 선생님이 여기에 있다!라는 존경심에 간 것도 아니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간 곳의 가게였으니까. 이건 절대 운명임에 틀림없다!라고 생각해 담당 편집자한테 "이노우에 선생님의 어시스턴트를 시켜주세요"라고 부탁했더니 "자리 없다"며 거절당해서... 실망했었죠.
이노우에 그런가, 실패했군. 들여보냈으면 좋았을걸(웃음)
오다 만약 받아주셨다면 그 후의 제 운명은 변했을 거에요. 이런저런 의미에서. 그 때가 분기점이었을지도. 이 이야기는 언젠가 직접 본인에게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이노우에 고맙네, 기억해 두겠네.
[이노우에의 그림은 에도 일본화의 경지에 달해있다]
-오다 선생님은 "배가본드"를 어느 정도부터 읽으셨나요?
오다 단행본이 되고 한꺼번에 읽었어요. 물론 전권 가지고 있습니다. 연재 시작부터 신참이었던 제 주위에 굉장한 화제가 되었었어요. 재미있고 굵직한 테마에... 무엇보다 이노우에 선생님의 그림을 보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과연 어디까지 그림 실력이 늘어나는 거지? 라고. "카에데 퍼플" 시절부터 봐왔으니까요.
이노우에 그 무렵에 비하면 과연 늘었다고 할 수 있겠네. 하지만 신기하게도 "카에데 퍼플" 무렵엔 그 그림을 가지고도 나름 잘 그리는데!라고 생각했었으니까(웃음) 지금은 봐줄 수 없지만.
오다 "최후의 만화전" 작품도 보았는데, 정말.. 이건 뛰어나다고 해야 할지, 완전히 초월해 버렸어요. 어떻게 하면 저 정도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나 라는 신기한 생각이 들었어요. 거대한 미야모토 무사시 입상도 저렇게 커다란데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고 말이죠.
이노우에 자세히 보면 흐트러져 있네. 지금도 조금 신경이 쓰이는 그림도 있고.
오다 그렇지 않아요. 제 수준에서는 이해 불능한 굉장한 영역 뿐이에요. 지금 에도 시대의 일본화에 빠져있는데, 에도 시절엔 인터넷이나 만화가게가 없었으니 사람들에겐 지금보다 시간을 소비하는 오락이 적었겠죠. 그래서 오히려 물건을 만드는데 있어 현대인으로서는 어려운 집중력과 시간을 소비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한다는. 그러면 보통 재능으로는 쫓아갈 수 없는 게 가능해지죠.
에도 시대 화가의 필화를 보면 상당히 뛰어나요. 밑그림을 슬쩍 그렸을 뿐인데, 선 하나에 생명이 깃들어 있어요. 정보를 배제하고 아슬아슬하게 신경을 갈고 닦아 그린 그림은 현대인이 아무리 시간을 소비한다 해도 아마 흉내 낼 수 없을 거에요. 이노우에 선생님의 그림은 그런 에도화의 영역에 도달해 있어요. 어떻게 현대인이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신기해 죽겠어요.
이노우에 송구스럽네(웃음)
오다 그것도 "최후의 만화전"에서는 그런 그림을 150장이나, 상상이 안가요.
이노우에 인간이 궁지에 몰리면 꽤나 해낼 수 있단 말이지.
오다 저도 마감에 쫓기며 몇 번이나 그런 과정을 겪어왔지만... 지금으로서는 무리에요.
이노우에 자기 그림이라면 가능하지 않나?
오다 아뇨 아뇨, 안 되요! 1장 1장에 목표를 정하고 말아요.
이노우에 아, 과연
오다 도중이지만 여기서 끝! 이렇게 여백을 신용하는 경지에 오르지 못했어요.
이노우에 그 여백이 내 경우는 중요하기도 하니깐, 어렵지.
오다 그게 센스라고 생각해요.
이노우에 그렇다고 할지, 성격이려나. 목표가 정해져 있다고 해도 그대로 가는 데에는 별로 흥미가 없네. 그리면서 도중에 "이건 이대로 성립하고 있나"라고 생각하면 에잇 하고 멈춰버리지. 적당주의 성격이라서.
오다 이노우에 선생님은 그리기 전에 그림의 전체상을 이미지 하시나요? 굉장한 사람은 라인까지 확실히 보여서 그걸 옮기기만 한다고 합니다만.
이노우에 어떨까. 보이기는 하네만 그렇게 명료하진 않네.
오다 저는 너무 희미해서 이것이 전체상인지 의아할 정도에요. 하지만 그리는 도중에 서서히 완성도가 보이고 그걸 펜으로 쫓아가죠.
이노우에 나도 거기게 가까우려나.
오다 처음부터 명확한 선을 척척 그려내는 작가는 쫓아갈 수 없어요. 또 제 친구 중에는 한번 본 그림을 절대로 잊어먹지 않는 친구가 있어요. 즉, 한번이라도 그린 캐릭터는 아무것도 안보고 똑같이 그릴 수 있어요. 그것도 부러운 재능이죠. 저는 옛날 캐릭터는 금방 잊어버리니까 나중에 등장시키려면 단행본을 다시 펼쳐서 보곤 합니다.
이노우에 나도 그러네. 옛날 캐릭터는 항상 단행본으로 다시 찾아보지. 깜박하고 수염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네.
오다 정말입니까? 다행이다, 저도 아직은 할 수 있겠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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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피아 이노우에 다케히코 특별편(2009.4)